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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엉뚱한 이야기지만, 요즘에는 저 혼자 소 없는 외양간을 고치는 이미지를 자주 떠올립니다. 비유적인 말이 아닌, 정말로 소가 나가버린 외양간에서 말라버린 소똥 딱지를 떼어내고 씻어가며 외양간을 고치는 장면을요.

무언가에 맞았다면, 어딘가가 아팠다면, 무언가를 잃었다면, 무엇인가 실패했다면 
아파하고, 아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치료하는 건 그저 '반응'에 지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얻어 맞을 때 으악! 하고 소리지르게 되는 반사적 행위나 상처가 난 곳에 시간이 지나 딱지가 앉는 자연적인 현상 정도로요.



어쩌면, 비록 이미 소가 나가버린 외양간이더라도, 그것을 고쳐놓았는지 여부 만이 우리를 사람이게 만들지 않나- 까지도 생각합니다.
다시 안 맞고 다시 안 아프고 다시 안 잃고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시스템 말이죠.


"진작 고쳐놨었으면 소 안 잃었을텐데.... 
뭐 이제 소가 없으니 할 수 없지. 
다음에는 잘하자! 아자아자!" 


 ..라고 해봤자 변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저렇게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소리치는 신입사원이나 친구가 있다면, 저도 함께 응원하고 다독이며 하하호호 웃기는 할테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받겠지만요. 만약에 다음 번에 어떤 일을 맡겨야한다고 하면, 음, 저라면 그 분에게 다시는 소를 맡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일테고요. 그럼에도 누구나 '세컨 찬스'를 가질 수 있는 사회여야겠지만, 저라면 -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겠죠 - 빈 외양간을 갖고 소가 아니라 동네 쥐를 키우게 되더라도, 그 쥐조차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어놓으려는 분에게 아마도 세컨찬스라는 것을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빈 외양간을 고치는 것 자체가 어떤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죠.



일단, 제가 속한 조직에는 약간의 위기가 닥쳐온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이 되는데요.
제 짧은 판단력과 생각으로는, 위기가 닥쳐올 때는 일단 최선을 다하고, 막상 위기에 쳐맞았을 때는 나름 긍정적인 자세로 희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것은 제 생각일 뿐이니, 어떤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위기가 닥쳐왔는데 굉장히 쿨한 자세로 조금은 센 척도 해보고 희망도 얘기합니다. 

막상 위기에 처하고나서도 저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먼저 겁을 먹고 지금 최선을 다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낮은 확률이지만 그런 최선의 의지들이 모여 위기를 극복하거나 비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갖고 있고요.


세컨찬스가 주어졌을 때 기똥차게 외양간을 고쳐놓을 거라 말하는 사람보다는 
세컨찬스의 유무와 상관없이 외양간을 고치기 시작하는 사람이 아직은 선호됩니다.

제 입장에선 매우 건방진 말이고 굉장히 짧은 견해이지만, 혹시 만약 제게 결정권이 있다면 '세컨찬스'라는 귀한 가치를 모두에게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 우직하고 조금 무식하게 소 떠난 외양간을 고치려 노력했던 분들과 나눠갖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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